ESG. 지속가능한 우리 생활은 특별한 구호나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우리의 생활이어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ESG를 실천하는 단체와 기업.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그들의 노력과 일상이 이해되고 전파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카톡!
핸드폰 화면에 안 읽은 메시지
이재희(라온)기후피디기획가 카톡방에 숫자 1이 떴습니다.
“희경(담쟁이)님이 보내준 내용(4월 글 구상내용)을 보고 며칠 생각해 보았어요. 어떤 이야기를 먼저 시작하면 좋을까 하고요. 대구에는 벚꽃이 눈처럼 떨어지고 있어요. 나무에 피는 꽃을 보는 사이에 땅 아래에 있는 식물들에게 소홀해지는 시기인 것 같아요.
길을 걷다 우연히 개미자리를 발견할라치면 그 자리에 앉아 자세히 보곤 했어요. 보도블럭 틈 사이에 완벽하게 자리 잡은 녀석을 보노라면 절로 감탄이 나왔지요. 내일은 루페로 좀 더 관찰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예전에 교수님이 아이들에게 나무만 이야기하지 말고, 개미자리도 나무와 다름없는 똑같은 존재로 다뤄보라고 하셨던 말이 떠올랐어요.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는데, 오늘 다시 개미자리를 보니 뿌리, 줄기, 잎, 그리고 꽃까지 완벽하더라고요. 커다란 나무와 비교해 크기만 다를 뿐, 나무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순간 ‘유레카!’ 를 외쳤죠.
생태계가 조화롭다는 건, 다양한 생명들이 자연 속에서 경쟁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 번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이렇게 좁은 곳에 자리 잡은 이 녀석을 보면 안쓰럽다가도 보도블럭 사이에 피어 오히려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하기도 하더라고요. 크기가 조금 작기도 하고, 벌과 나비가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번식을 할까 궁금해질 때가 있어요. 개미자리는 곤충의 대표적인 개미를 이용해 씨앗을 옮기더라구요. 그래서 아마 개미가 자주 다니는 보도블럭 틈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참 똑똑한 전략인 것 같지요? 하하”

개미자리_꽃 / 사진: 이재희
보도블럭 틈 사이의 개미자리는 개미가 다니는 길을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개미가 개미자리 씨앗을 옮겨 정해준 것일까? 생물의 모습과 행동엔 이유가 존재한다. 그 이유는 살아가는 방법을 달라지게 하고, 모습을 바꾸게 하고, 특별한 행동을 하게 한다.
희경: 개미자리도 열매에 개미들이 좋아하는 성분이 있나보죠?
깽깽이풀, 제비꽃, 괴불주머니, 애기똥풀 등엔 ‘엘라이오솜(elaiosome)’이 흰색 작은 젤리같이 붙어 있더라고요. 개미들이 그 엘라이오솜을 좋아해서 자기네 집으로 운반할 때 그것만 먹고 씨앗은 버려요. 그런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씨앗을 분산시켜 발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개미들이 엘라이오솜을 떼어냈을 때 씨앗이 더 잘 발아될까? 관찰하던 중에 이런 궁금증이 생겨서 찾아본 적이 있어요. 엘라이오솜 제거 전후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제거 후 발아율이 향상 되었다고 나오더라구요.


제비꽃_씨 / 사진: 김희경 씨앗에 붙어 있는 엘라이오좀 + 개미 / 이미지: ChatGPT_김희경
재희: 개미자리는 열매에 개미들이 좋아하는 에너지원이 있다고 해요. 제가 한국식물생태보감을 읽었을 때, 개미자리 종자는 길이가 0.3mm 정도로 아주 작고, 단백질로 된 돌기가 빼곡하게 나 있어서 개미들이 물고 가기에 딱 좋게 생겼더라고요. 게다가 이 종자가 고단위 식물성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개미들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에너지원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개미자리마저 살지 않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면 그곳은 생물학적 사막으로 진단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었어요. 도시 생태계의 생물학적 사막 여부를 진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 식물이라는 거죠. 개미자리는 건조한 도시에서도, 땅 깊이가 2mm 정도로 조금만 촉촉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잘 살아가는데요. 그렇지만 산성비나 자동차의 기름 한 방울만 떨어져도 사라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희경: 아~ 개미자리가 도시 생태계의 생물학적 사막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군요! 덕분에 또 배웠네요. 개미와 식물들의 공생관계는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듯 해요. 벚나무와 개미도 공생관계이잖아요.
재희님도 아시겠지만, 벚나무는 꿀을 만드는 곳이 두 곳이 있어요. 하나는 꽃에서, 다른 하나는 잎자루나 잎 가장자리의 꿀샘에서 꿀을 만들어내죠. 특히, 잎자루 꿀샘은 개미라는 보디가드를 고용하기 위해 꿀을 지불하는 벚나무의 똑똑한 전략으로 볼 수 있을듯해요. 개미들이 꿀을 먹기 위해 벚나무에 지속적으로 머물면서 벚나무에게 접근하는 벌레들을 쫓아 낼 수 있을 테니깐요.

벚나무 잎 꿀샘에서 꿀을 먹고 있는 개미 / 사진: 김희경
ESG. 지속가능한 우리 생활은 특별한 구호나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우리의 생활이어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ESG를 실천하는 단체와 기업.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그들의 노력과 일상이 이해되고 전파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카톡!
핸드폰 화면에 안 읽은 메시지
이재희(라온)기후피디기획가 카톡방에 숫자 1이 떴습니다.
“희경(담쟁이)님이 보내준 내용(4월 글 구상내용)을 보고 며칠 생각해 보았어요. 어떤 이야기를 먼저 시작하면 좋을까 하고요. 대구에는 벚꽃이 눈처럼 떨어지고 있어요. 나무에 피는 꽃을 보는 사이에 땅 아래에 있는 식물들에게 소홀해지는 시기인 것 같아요.
길을 걷다 우연히 개미자리를 발견할라치면 그 자리에 앉아 자세히 보곤 했어요. 보도블럭 틈 사이에 완벽하게 자리 잡은 녀석을 보노라면 절로 감탄이 나왔지요. 내일은 루페로 좀 더 관찰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예전에 교수님이 아이들에게 나무만 이야기하지 말고, 개미자리도 나무와 다름없는 똑같은 존재로 다뤄보라고 하셨던 말이 떠올랐어요.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는데, 오늘 다시 개미자리를 보니 뿌리, 줄기, 잎, 그리고 꽃까지 완벽하더라고요. 커다란 나무와 비교해 크기만 다를 뿐, 나무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순간 ‘유레카!’ 를 외쳤죠.
생태계가 조화롭다는 건, 다양한 생명들이 자연 속에서 경쟁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 번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이렇게 좁은 곳에 자리 잡은 이 녀석을 보면 안쓰럽다가도 보도블럭 사이에 피어 오히려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하기도 하더라고요. 크기가 조금 작기도 하고, 벌과 나비가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번식을 할까 궁금해질 때가 있어요. 개미자리는 곤충의 대표적인 개미를 이용해 씨앗을 옮기더라구요. 그래서 아마 개미가 자주 다니는 보도블럭 틈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참 똑똑한 전략인 것 같지요? 하하”
개미자리_꽃 / 사진: 이재희
보도블럭 틈 사이의 개미자리는 개미가 다니는 길을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개미가 개미자리 씨앗을 옮겨 정해준 것일까? 생물의 모습과 행동엔 이유가 존재한다. 그 이유는 살아가는 방법을 달라지게 하고, 모습을 바꾸게 하고, 특별한 행동을 하게 한다.
희경: 개미자리도 열매에 개미들이 좋아하는 성분이 있나보죠?
깽깽이풀, 제비꽃, 괴불주머니, 애기똥풀 등엔 ‘엘라이오솜(elaiosome)’이 흰색 작은 젤리같이 붙어 있더라고요. 개미들이 그 엘라이오솜을 좋아해서 자기네 집으로 운반할 때 그것만 먹고 씨앗은 버려요. 그런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씨앗을 분산시켜 발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개미들이 엘라이오솜을 떼어냈을 때 씨앗이 더 잘 발아될까? 관찰하던 중에 이런 궁금증이 생겨서 찾아본 적이 있어요. 엘라이오솜 제거 전후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제거 후 발아율이 향상 되었다고 나오더라구요.
제비꽃_씨 / 사진: 김희경 씨앗에 붙어 있는 엘라이오좀 + 개미 / 이미지: ChatGPT_김희경
재희: 개미자리는 열매에 개미들이 좋아하는 에너지원이 있다고 해요. 제가 한국식물생태보감을 읽었을 때, 개미자리 종자는 길이가 0.3mm 정도로 아주 작고, 단백질로 된 돌기가 빼곡하게 나 있어서 개미들이 물고 가기에 딱 좋게 생겼더라고요. 게다가 이 종자가 고단위 식물성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개미들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에너지원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개미자리마저 살지 않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면 그곳은 생물학적 사막으로 진단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었어요. 도시 생태계의 생물학적 사막 여부를 진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 식물이라는 거죠. 개미자리는 건조한 도시에서도, 땅 깊이가 2mm 정도로 조금만 촉촉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잘 살아가는데요. 그렇지만 산성비나 자동차의 기름 한 방울만 떨어져도 사라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희경: 아~ 개미자리가 도시 생태계의 생물학적 사막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군요! 덕분에 또 배웠네요. 개미와 식물들의 공생관계는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듯 해요. 벚나무와 개미도 공생관계이잖아요.
재희님도 아시겠지만, 벚나무는 꿀을 만드는 곳이 두 곳이 있어요. 하나는 꽃에서, 다른 하나는 잎자루나 잎 가장자리의 꿀샘에서 꿀을 만들어내죠. 특히, 잎자루 꿀샘은 개미라는 보디가드를 고용하기 위해 꿀을 지불하는 벚나무의 똑똑한 전략으로 볼 수 있을듯해요. 개미들이 꿀을 먹기 위해 벚나무에 지속적으로 머물면서 벚나무에게 접근하는 벌레들을 쫓아 낼 수 있을 테니깐요.
벚나무 잎 꿀샘에서 꿀을 먹고 있는 개미 / 사진: 김희경